퇴사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무겁다. 하지만 퇴사는 끝이 아니라, 방향을 바꾸는 결정이다.
특히 혼자 사는 30대 미혼 여성이라면, 퇴사 준비는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은 버티는 것이 더 쉬워 보여도, 계속 그렇게 살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퇴사를 결심했고, 퇴사 결정을 실행에 옮기기 전까지 여러 단계를 밟았다.
이 글은 그 기록이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정리한 퇴사 준비 체크리스트이다.
가장 먼저 생활비 시뮬레이션
혼자 사는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다.
가족과 함께 사는 이들이야 갑작스러운 변화가 있어도 잠시 의지할 곳이 있지만, 혼자인 나에게는 그런 여유가 없다.
부모님께 손을 벌릴 형편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퇴사 결심 전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생활비 계산이었다.
‘퇴사 후 예상되는 고정지출과 변수는 무엇인가’
‘지금 통장에 있는 돈으로 몇 개월을 살 수 있는가’
‘이직까지 시간이 길어진다면 무엇을 줄여야 하는가’
이런 시뮬레이션을 수없이 반복하며, 최소 4~6개월은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두었다.
퇴사 이후 2주 정도는 푹 쉬고, 그 이후엔 면접을 본다는 계획도 함께 세워두었다.
(한 달 쉬고 싶었지만, 바로 취직이 된다는 보장은 없었으니까)
퇴사하기 전까지 어떤 공부를 해야할지, 어떤 자격증을 따야할지 시간별 계획도 만들었다.
이런 구체적인 그림이 머릿속에 있어야 중간에 길을 잃지 않고,
바로 취직이 되지 않았을 때에도 불안하지 않다.
인수인계는 나를 위한 일
나는 회사를 떠날 때 ‘깔끔하게’ 나가고 싶었다.
나에게도 후임에게도, 그리고 내 커리어에도.
지금 당장은 마음이 상했더라도, 뒤끝을 남기지 않는 태도는 결국 내게 돌아오는 법이다.
내가 맡았던 업무들을 항목별로 정리하고, 파일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구글 스프레드 시트로 정리했다.
인수인계는 업무 지식만이 아니라, 나의 일처리 스타일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했다.
추후에 나에 대한 언급이 나올 때 "그래도 책임감은 있었어" 같이 내가 남긴 흔적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했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기록
퇴사를 결심한 날부터 나는 작은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다.
그날 어떤 일이 있었고, 왜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는지를 정리했다.
이 기록은 내가 흔들릴 때마다 나를 붙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이미 익숙해진 회사를 나온다는 건 꽤 두려운 일이다.
"새로운 회사에 적응은 할 수 있을까?"
“그날 그 상황에서도 참았는데, 내가 유난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
기록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게 아니라는 걸.
나를 위해 적는 글은 곧 나 자신을 설득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현실도피를 위한 이직이 아니라 내 삶의 방향 전환이다’라는 믿음을 잃지 않도록.
자격증, 공부, 그리고 다음 준비
단순히 회사를 그만두는 것과, 다음을 준비하며 퇴사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퇴사와 동시에 자기계발을 시작하기로 했다.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며, 자격증 시험을 위한 루틴을 만들었다.
강의 시간, 공부 시간, 휴식 시간까지 세세히 나누어 계획표를 작성했다.
완벽히 지키지는 못했지만, 계획이 있다는 것 자체가 정신적으로 큰 버팀목이 되었다.
내가 단순히 쉬는 게 아니라, 다음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는 정리하고, 나 자신은 다듬는다
퇴사는 어쩌면 관계의 정리이기도 하다.
마음이 맞지 않았던 동료와의 관계, 불필요한 긴장감, 억지로 맞추던 미묘한 거리감들.
이 모든 것으로부터 나를 분리시키는 순간, 오히려 사람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나는 퇴사를 준비하면서 사람과의 거리 조절법도 배웠다.
앞으로 어떤 회사에서 어떤 사람들과 일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더 이상 눈치를 보며 나를 잃지 않기로 결심했다.
혼자 살아가는 사람에게 퇴사는 그저 ‘다음 직장으로의 이동’이 아니다.
이건 내 삶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며, 커리어를 내가 주도하겠다는 선언이다.
아무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늙고 병들었을 때, 나를 책임져줄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나를 지키기 위해 이직을 준비했고,
그 첫 단추가 바로 퇴사 준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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