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을 처음 겪었을 때, 세상은 내게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나가던 출근길이 사라졌고, 한 시간에도 몇십 번이나 울리던 회사 카톡 대신 침묵이 가득한 스마트폰만 바라보게 되었다. 나는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 같았고, 그 사실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으려 애썼지만,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났고,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 있던 날도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혼란 속에서도 내 정신은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감정은 출렁였지만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있었고, 아주 작은 ‘습관’ 하나 덕분에 나는 다시 일상을 되찾아갔다.
이 글에서는 내가 실직이라는 삶의 거센 파도 속에서도 정신을 멀쩡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습관 하나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그 습관은 거창한 것도,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나를 위한 작고 일관된 ‘의식’이었을 뿐이다.
실직 후 정신을 지켜준 단 하나의 습관, '하루 루틴 노트'
실직 후 나는 세상이 정지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일정도 없고, 나를 찾는 사람도 없고, 당장 해야 할 일도 없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자신을 위해 매일 일정표를 쓰기 시작했다. 그것이 내가 실직 후 처음 만든 습관이었다.
‘하루 루틴 노트’라고 이름 붙인 이 작은 수첩은, 그날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기록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이런 식이었다.
- 아침 7시 기상
- 9시 산책 20분
- 10시 이력서 수정
- 12시 점심
- 오후 1시 책 읽기나 동영상 강의 듣기
- 오후 6시 산책 20분
- 오후 9시 일기 작성
놀랍게도, 이 일정을 매일 쓰고 실천하기 위해 시작하면서 내 정신은 점점 안정되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내 하루는 내가 컨트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직 상태에서는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통제력을 잃는 느낌이 큰데,
하루의 흐름을 내 손으로 설계한다는 행위는 내 삶을 다시 조립해 나간다고 느끼게 했다.
또한 이 루틴에는 하루 한 줄 ‘감사 문장’도 포함됐다. 아주 작은 일상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를 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은 바람이 시원해서 걷기 좋았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위로됐다.”
이런 사소한 감정의 기록이 쌓이면서, 나는 불안보다 평온한 감정을 조금씩 회복할 수 있었다.
정신 회복의 핵심은 ‘작은 구조’를 만드는 힘
실직 후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사람은 구조 속에서 살아야 안정된다.
회사라는 조직은 내가 그 구조에 기대어 살아갈 수 있게 해주었지만, 실직 이후엔 그 모든 구조가 사라졌다.
그래서 나는 내 삶의 구조를 내가 만들어야 했다.
‘하루 루틴 노트’는 단순한 일정 관리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약속하는 행위였다.
그 약속을 지켜나가면서, 나는 점점 자존감을 회복했다.
그리고 정신이 흔들릴 때마다 다시 노트를 펼치며 자신에게 물었다.
“오늘 하루도 내가 만들어갈 수 있어.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면 돼.”
중요한 건 이 루틴이 ‘거창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산책 10분, 내가 좋아하는 차나 커피 한 잔 마시기, 창밖 보기 5분, 유튜브 대신 조용한 음악 듣기.
이런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감정의 폭풍을 잠재우는 스위치가 되었다.
무너지고 있는 나의 정신을 회복할 수 있었던 건, 위대한 결심이 아니라 작지만 반복되는 루틴 덕분이었다.
실직 후,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 또 하나의 습관 – ‘생각 정리 쓰기’
시간이 흐르면서 하루 루틴 노트 외에 하나의 습관이 더 생겼다.
그건 바로 '생각을 글로 쓰는 일'이었다.
처음엔 일기처럼 시작했다. 감정을 쏟아내듯이 써 내려간 날도 있었고, 도무지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몰라 한 줄만 적고 끝낸 날도 있었다.
그런데 글을 쓰는 일이 반복되면서, 나는 내 머릿속이 서서히 정돈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직 후에는 생각이 너무 많아진다.
앞으로 뭘 해야 하지?
돈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나를 찾아주는 회사가 있을까?
나는 이미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판단된 건 아닐까?
이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불안은 점점 더 커진다.
그래서 나는 아예 마음속에서 반복되는 생각들을 글로 꺼내 놓기로 했다.
‘오늘 하루 어떤 생각이 가장 많이 떠올랐는가?’
‘그 생각은 사실인가, 아니면 추측인가?’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면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좋은가?'
이런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지고, 그것에 대한 답을 적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내가 막연히 두려워하던 것들은 사실 근거 없는 상상일 뿐인 경우가 많았고,
반대로 내가 생각보다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생각을 쓰면 그것을 ‘객관화’할 수 있다.
그리고 객관화된 생각은 더 이상 감정을 좌우하지 않는다.
또한, 글쓰기는 나 자신과의 대화였다.
누군가의 조언이나 위로가 없어도,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괜찮아, 지금 이렇게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는 거야.”
이 문장을 써 내려가는 순간, 나는 나 자신을 향해 ‘존중’을 표현한 셈이었다.
이런 습관은 나중에 블로그 글쓰기나 자기소개서 작성에도 도움이 됐다.
생각을 정리하는 연습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말하고 싶은 내용을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었고,
이전보다 자신감 있게 자기표현을 할 수 있었다.
즉, 생각 쓰기 습관은 단순한 감정 배출이 아니라 정신 정리의 기술이었다.
그리고 이 기술은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나를 단단히 붙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지금도 나는 하루 5분, 세 줄이라도 쓰려고 노력한다.
그게 내 정신의 중심을 지키는 데 결정적인 버팀목이 되기 때문이다.
실직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삶의 일부일 뿐이다.
나는 그것을 처음 겪으면서 당황했고, 두려웠고, 슬펐지만 완전히 무너지진 않았다.
그 이유는 내가 매일 반복한 작고 평범한 습관, 바로 ‘하루 루틴 노트’ 덕분이었다.
이 습관은 내 삶에 구조를 주었고, 내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워주었다.
그리고 매일 그 안에서 아주 작지만 의미 있는 하루를 살아낼 수 있게 해주었다.
정신 건강은 대단한 해결책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소한 습관, 반복되는 일상, 자신과의 약속이 그것을 지탱해준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혹시 지금 나와 같았던 상태라면,
공책 한 권을 꺼내 내일 일정을 딱 3가지만 적어 보는 건 어떤가.
향기로운 모닝커피 마시기, 책 한 챕터 읽기, 나를 위한 간단한 점심 도시락 만들어 보기, 20분 산책하고 오기 등 소소한 일상이면 좋다.
그 3가지가 내일의 나를 버티게 해주고, 모레의 나를 다시 걷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도 이렇게 말하게 될 것이다.
“실직하고도 견딜 수 있었던 건 이 작은 습관 하나 덕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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